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지하철 창밖을 봤더니 풍경이 뭉개졌습니다. 그게 노안의 시작인 줄도 몰랐습니다. 뒤늦게 눈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저는, 영양제 말고 음식으로도 루테인을 채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케일·시금치 착즙 주스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더군요.

눈이 나빠지고 있다는 걸, 저는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 건강을 완전히 방치했습니다. 출퇴근 때 뉴스나 주식 앱을 잠깐 보는 게 전부였고, 오락이나 동영상은 거의 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스마트폰을 보다가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초점이 잡히지 않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창밖 풍경을 보려고 했더니 글씨가 흐릿하게 번졌습니다. 그제야 안과를 찾았고, 결과는 노안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직장인인데, 정작 눈은 돌보지 않았던 셈이죠.
처방받은 다초점 안경을 맞추고 스마트기기 사용 때마다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황반색소(Macular Pigment)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황반색소란 눈 안쪽 황반 부위에 존재하는 천연 색소로, 청색광과 활성산소로부터 시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
황반색소의 핵심 성분이 바로 루테인이라는 것도요.
루테인, 영양제보다 착즙 주스가 더 오래 간다
눈 영양제를 먹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루테인에 대해 찾아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전남대학교 식품영양과학부 윤정미 교수팀의 연구를 접하게 됐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착즙 주스로
루테인을 섭취했을 때의 효과가 그냥 채소를 씹어 먹거나 보충제를 먹는 것과 꽤 다르게 나타났거든요.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18명에게 루테인 보충제, 생채소, 생채소 착즙 주스를 각각 섭취시키고 혈중
루테인 농도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세 가지 모두 루테인 20mg으로 양을 맞췄고, 생채소와 착즙 주스는 케일 100g·시금치 50g·사과 150g으로 동일하게 구성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생채소는 섭취 12시간 후 혈중 루테인 농도가 0.37㎍/mL로 정점을 찍었고, 루테인 보충제는 24시간 후 0.61㎍/mL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착즙 주스는 30시간 후에도 0.42㎍/mL로 계속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측정한 마지막 시점까지 농도가 오르고 있었으니, 착즙
주스 섭취 후 루테인의 혈중 상승세가 가장 오래 이어진 셈입니다.
여기서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쉽게 말해 섭취한 영양성분이 실제로 몸에 흡수되어 활용되는 비율을 뜻합니다. 착즙 주스의 경우 채소 세포벽이 물리적으로 파괴되면서 루테인이 소화 과정에서 더 천천히, 꾸준하게 방출되는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에 게재됐습니다(출처: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 생채소 섭취: 12시간 후 혈중 루테인 0.37㎍/mL로 최고치 도달
- 루테인 보충제 섭취: 24시간 후 0.61㎍/mL로 최고치 도달
- 착즙 주스 섭취: 30시간 후까지 계속 상승, 0.42㎍/mL로 상승세 가장 오래 지속
hs-CRP 수치도 낮아졌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이 연구에서 제가 더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고감도 C 반응성 단백질, 줄여서 hs-CRP 수치의 변화였습니다. hs-CRP란 몸 안에 염증이 생길 때 혈액에서 농도가 높아지는 단백질을 극히
낮은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한 것으로, 전신 염증 상태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혈액지표입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몸속 염증 수준이 높다고 해석합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착즙 주스 섭취 후 12시간 뒤 hs-CRP가 섭취 전보다 17% 낮아졌고, 24시간 뒤엔 26%, 30시간 뒤엔 무려 39%까지 낮아졌습니다. 생채소 섭취는 12시간 후 19% 감소, 루테인 보충제는 24시간 후 32% 감소에 머물렀습니다. 착즙 주스가 세 가지 중 hs-CRP를 가장 크게 낮추는 양상을 보인 겁니다.
물론 이건 단기 시험에서 관찰된 결과입니다. 착즙 주스 한 잔이 염증을 치료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혈중 루테인이 오르는 흐름과 hs-CRP가 낮아지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 있는 관찰로 보입니다. 제가 지금 먹고 있는 눈 영양제 외에 착즙 주스를 병행하는 것이
단순히 루테인 보충 이상의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용성이라는 함정, 그리고 현실적인 섭취 방법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루테인은 지용성(脂溶性) 성분입니다. 여기서 지용성이란 물보다 지방에 잘 녹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즉, 지방이 거의 없는 공복 상태에서 착즙 주스만 마시면
루테인의 체내 흡수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이 이 부분을 꼼꼼하게 설계했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세 가지 섭취 시험 모두에서 지방 함량이 비슷한 식사를 함께 제공해, 지방의 영향을 최대한 통제했습니다. 그러니까 착즙
주스를 마실 때 아보카도 반쪽이나 달걀 하나처럼 소량의 건강한 지방을 함께 먹는 게 흡수율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윤정미 교수는 "외식이 많은 점심이나 저녁보다 아침에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착즙 주스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점심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먹다 보니 채소 양을 직접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아침은 직접 챙기니까 케일이나 시금치를 넣어 착즙하는 습관을 들이기에 가장 현실적인 시간대이긴 합니다.
눈 영양제를 뒤늦게 시작한 저로서는, 영양제와 착즙 주스를 병행하는 것이 좋은 조합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챙기자는 마음으로 아침 루틴에 착즙 주스를 슬며시 끼워 넣어 보려고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케일 착즙 주스를 매일 마시면 루테인이 쌓이나요?
A. 루테인은 지용성 성분이라 체내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단기 섭취를 본 것이지만, 꾸준히 섭취하면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과도하게 마신다고 해서 효과가 비례해서 늘어나는 건 아니고, 적정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Q. 착즙 주스랑 루테인 보충제, 둘 다 먹어도 되나요?
A. 저도 지금 눈 영양제를 먹으면서 착즙 주스를 병행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연구에서 루테인 섭취량을 20mg으로 맞춰 비교했는데, 영양제와 채소를 동시에 먹으면 총 루테인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으니
영양제 용량을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착즙 주스 만들 때 케일이랑 시금치 비율이 중요한가요?
A. 이번 연구에서는 케일 100g, 시금치 50g, 사과 150g을 재료로 200mL 착즙 주스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정확한 비율을 맞추면 좋겠지만, 집에서 매일 정밀하게 계량하긴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케일을 주재료로 하고 시금치를 보조로 넣되, 맛 조절을 위해 사과나 레몬을 활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더군요.
Q. hs-CRP 수치가 낮아지면 실제로 몸이 달라진 게 느껴지나요?
A. hs-CRP는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지표라 일상에서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몸속 염증 상태를 수치로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낮아졌다는 건 염증 부담이 줄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정기 혈액검사에서 이 수치를 같이 확인하면 변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론
노안 판정을 받고 다초점 안경을 맞추기 전까지, 저는 눈 건강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기기를 많이 안 쓴다는 막연한 안도감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경계심을 낮춰버린 셈이었습니다. 지금은 영양제를 챙기고 있지만, 이번 연구를 보면서 착즙 주스를 아침 루틴에 넣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케일·시금치 착즙 주스가 루테인의 혈중 농도를 30시간까지 꾸준히 높이고, 동시에 염증 지표인 hs-CRP를 최대 39%까지 낮추는 양상을 보였다는 결과는 단순히 채소를 먹으라는 말과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미 나빠진 시력이 착즙 주스 한 잔으로 좋아지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더 빠르게 나빠지는 것을 늦추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은 한번 나빠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관이라는 걸, 이제는 뼈저리게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