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차나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미지근하게 마시는 사람보다 식도 편평세포암 발생 위험이 최대 3.17배 높다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원래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체질인데, 이 뉴스를 보고서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뜨거운 음료, 왜 갑자기 발암 물질이 됐나
사실 이 논의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닙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2016년에 섭씨 65도를 초과하는 음료를 '인체 발암 추정 물질 2A군'으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2A군이란 동물 실험에서는 발암성이 확인됐고 인체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근거가 존재하는 물질 군으로, 쉽게 말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등급입니다(출처: IARC, 국제암연구소).
그리고 2025년,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보건연구소 암역학연구팀이 97만 7,282명을 최장 14년 넘게 추적한 코호트 분석을 국제암저널(IJC)에 발표하면서 그 근거가 훨씬 두꺼워졌습니다. 코호트 분석이란 특정 집단을 장기간 추적 관찰해 특정 요인과 질병 발생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역학 연구 방법입니다. 단순히 설문 하나로 결론 낸 것이 아니라,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실제 진료 기록과 연결해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규모 자체가 압도적입니다.
결과는 꽤 분명했습니다. 음료 온도를 '따뜻함'이라고 답한 집단 대비, '뜨거움' 집단의 식도 편평세포암 위험은 약 2배, '매우 뜨거움' 집단은 3.17배였습니다. 게다가 온도와 별개로, 하루 6잔 이상 마시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위험이 71% 더 높았습니다. 온도도 문제고, 횟수도 문제라는 뜻입니다.
편평세포암만 위험한 이유, 기전을 따라가보면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지점 하나는, 식도암이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식도 편평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과 식도선암(Adenocarcinoma)인데, 온도와의 연관성은 편평세포암에서만 확인됐고 선암에서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식도 편평세포암은 식도 안쪽을 덮고 있는 편평상피세포에서 발생합니다. 편평상피세포란 납작한 형태로 겹겹이 쌓인 세포층으로, 뜨거운 액체가 지나갈 때 직접적인 열 손상을 받는 바로 그 부위입니다. 반복적인 열 자극이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가 손상되고 재생되는 과정이 거듭되면서 세포 변이 가능성이 누적된다는 것이 현재 가장 유력한 기전입니다.
반면 식도선암은 주로 위와 식도가 만나는 하부에서 발생하며, 위산 역류나 비만 같은 요인과 더 깊이 연관돼 있어 온도 자극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분이 보도에서 잘 안 나오는데, 사실 이 맥락을 모르면 "식도암에 온도가 왜 영향을 미치지?"라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2019년 이란 골레스탄주 주민 5만여 명을 추적한 미국암학회 연구에서도 하루 700㎖ 이상을 60도 이상으로 마신 집단의 편평세포암 위험이 90% 높게 나왔습니다(출처: 미국암학회). 다른 지역, 다른 연구팀이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주요 위험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음료 온도: '매우 뜨거움' 선호 시 편평세포암 위험 3.17배 상승
- 음료 섭취 횟수: 하루 6잔 이상 시 온도와 독립적으로 위험 71% 증가
- 반복적 열 손상: 식도 점막 염증 → 세포 재생 반복 → 변이 누적
- 기존 알려진 위험 요인: 흡연과 음주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
저도 식혀서 먹는 편인데, 이걸 어떻게 습관으로 바꿀까
저는 어릴 때부터 뜨거운 음식을 잘 못 먹습니다. 학교 다닐 때 급식에서 뜨거운 국을 식혀서 먹고 있으면, 후배가 "선배님 고양이과이신가 봐요"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그냥 웃어넘겼는데, 접시 하나도 조금만 뜨거우면 잡기가 힘들 정도로 열에 민감한 체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혀서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솔직히 이게 좋게 작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반면 주변에 해장국이나 순대국밥을 펄펄 끓는 채로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입천장이 다 데어도 이게 시원한 맛이지"라고 하시는 분들인데, 제 경험상 그분들 식사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온도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거나, 아니면 애초에 덜 예민한 분들인 것 같습니다. 그게 상남자 기질이 아니라 식도 점막이 반복적으로 자극받는 상황일 수 있다고 이제는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연구에도 분명한 한계는 있습니다. 연구팀이 실제 온도계로 음료 온도를 측정한 게 아니라, 참가자 스스로 '따뜻함·뜨거움·매우 뜨거움'으로 답한 주관적 응답을 기반으로 집계했습니다. '매우 뜨거움'이 정확히 몇 도를 의미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느끼는 '뜨거움'과 열에 둔감한 사람이 느끼는 '뜨거움'은 같은 온도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분은 다소 아쉬운 설계입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현실적인 예방 추산치도 내놓았습니다. 영국에서 음료 온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신규 식도 편평세포암의 14%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절대 위험 자체는 낮지만, 습관 하나로 14%를 줄일 수 있다면 해볼 만한 변화입니다. 입안이 델 만큼 뜨겁다면 바로 삼키지 말고 잠시 식히는 것, 생각보다 간단한 실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뜨거운 커피나 차를 마시면 무조건 식도암에 걸리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를 분석한 관찰 연구이며, 식도 편평세포암의 절대 발생 위험 자체는 낮습니다. 영국 기준으로 전체 신규 암의 약 2% 수준입니다. 다만 뜨겁게, 자주 마시는 습관이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근거가 97만 명 규모로 확인된 만큼 습관을 점검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Q. 몇 도 이하로 마셔야 안전한가요?
A. IARC 기준으로는 65도를 초과하는 음료가 발암 추정 물질(2A군)로 분류돼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온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참가자의 주관적 응답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정확히 65도 이하면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안이 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잠시 식히는 것이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Q. 커피에 우유를 타면 더 안전한가요?
A. 이번 연구에서 우유를 첨가하는 여부는 위험도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마시는 음료의 온도가 핵심 변수입니다. 우유를 넣더라도 여전히 뜨겁게 마신다면 위험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식도 편평세포암과 식도선암은 뭐가 다른가요?
A. 식도 편평세포암은 식도 안쪽을 덮는 편평상피세포에서 발생하며, 흡연·음주·뜨거운 음식 등의 직접적인 자극과 연관이 깊습니다. 식도선암은 식도 하부의 점막 선세포에서 발생하며 위산 역류, 바렛식도, 비만 등이 주된 위험 요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온도와의 연관성은 편평세포암에서만 확인됐습니다.
결론
날씨가 서늘해지면 뜨거운 국물과 따뜻한 음료를 자연스럽게 더 많이 찾게 됩니다. 저도 이 계절에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나서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식혀서 마시게 될 것 같습니다. 뜨겁다 싶으면 30초만 기다리는 것, 어렵지 않은 습관입니다.
물론 식도암 예방에서 흡연과 음주 관리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연구팀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음료 온도는 그 위에 쌓이는 추가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하나를 줄이면 전체 위험이 그만큼 내려갑니다. 뭐든 과하지 않게, 적당히가 결국 정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