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운동을 못 한 날이면 자정이 넘어도 웨이트를 들고 러닝을 했고, 잠을 줄이는 게 성실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실제 데이터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잘 잔 사람이 다음 날 더 많이 움직인다는 결과,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수면 부족이 활동량을 갉아먹는다는 증거
운동을 하면 피곤해서 잠을 잘 잘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그 반대 방향이 훨씬 강하다는 걸 몸으로 먼저 느꼈습니다.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팀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3년 반 동안 7만 96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출처: Communications Medicine, Nature). 참가자들은 침대 밑에 설치하는 수면 측정 장치와 손목형 액티그래피(Actigraphy) — 쉽게 말해 손목에 차는 활동량 추적기로, 움직임과 수면 패턴을 동시에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 를 사용해 일상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결과는 꽤 명확했습니다. 충분히 잠을 잔 사람은 하루 평균 약 8,000보를 걸었고,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약 5,000보에 그쳤습니다. 걷기 하나만 봐도 하루 3,000보 가까운 차이입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수치의 분포였는데, 하루 7~9시간을 자면서 8,000보 이상 걸은 사람이 전체의 12.9%였던 반면, 7시간 미만으로 자면서 5,000보 미만을 걸은 사람은 16.5%로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물론 이 연구는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 — 특정 개입 없이 자연 상태의 데이터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인과관계보다는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적합합니다 — 이기 때문에 수면 부족이 활동량 감소를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 연구가 보여준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전날 활동량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보다, 수면이 다음 날 신체 활동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관측됐다는 점입니다.
- 충분한 수면(7~9시간) 그룹의 하루 평균 걸음 수: 약 8,000보
- 수면 부족(7시간 미만) 그룹의 하루 평균 걸음 수: 약 5,000보
- 수면 부족 + 저활동량 그룹의 비율: 전체의 16.5%로 가장 높은 비중
- 수면 충분 + 고활동량 그룹의 비율: 전체의 12.9%
활동량이 무너진 건 피로 누적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처음 몇 주는 괜찮습니다. 자정이 넘어 운동을 마치고 4~5시간 자도 아침엔 그럭저럭 버텨집니다. 문제는 이게 몇 달, 몇 년씩 쌓였을 때입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운동을 못 한 날이면 반드시 보충하겠다는 생각으로 잠을 희생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낮 시간에 하품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면 부채(Sleep Deb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수면 부채란 필요한 수면 시간보다 실제로 덜 잔 시간이 누적되는 현상으로, 하루이틀 부족한 수면은 회복이 가능하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인지 기능과 신체 퍼포먼스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제 경우엔 운전 중 신호 대기 때 깜박 조는 일이 생겼고, 그 순간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일에도 집중이 안 됐고, 오후만 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습니다. 운동 퍼포먼스도 떨어졌습니다. 평소엔 거뜬히 소화하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고, 마라톤 연습 페이스도 자꾸 무너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면 부채가 쌓이면 근 회복과 운동 수행 능력을 담당하는 시스템 자체가 저하됩니다. 운동을 하러 간 날이 오히려 몸을 더 소모하는 날이 됐던 것입니다.
미국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은 성인 기준 하루 7~9시간의 수면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National Sleep Foundation). 제가 그 기준을 한참 밑돌았던 시절, 몸은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저는 그걸 의지로 눌러버리려 했던 겁니다.
패턴을 바꿨더니 달라진 것들
어느 시점부터 저는 패턴을 바꿨습니다. 잠을 먼저 충분히 자고, 낮에 짬을 내서 운동하는 방식으로요. 처음엔 불안했습니다. '오늘 운동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바꿔보니, 낮 시간 집중력이 살아났고 운동 중에도 이전보다 훨씬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제 경험과 맞닿는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운동을 '운동 시간'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신체 활동량(Physical Activity Level)이란 헬스장에서 소모한 칼로리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걷고, 계단을 오르고, 집안일을 하는 모든 움직임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수면이 충분하면 이 모든 소소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반대로 잠을 줄여 한 시간 억지 운동을 했는데 하루 내내 축 처져 있다면, 전체 신체 활동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 저는 몸 컨디션을 먼저 봅니다. 피곤한 것 같으면 무리해서 운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출퇴근 때 한 정거장 더 걷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는 식으로 활동량을 유지합니다. 이게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수치가 말해주고 있으니, 이제는 그 선택에 죄책감이 없습니다.
잠과 운동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잠을 줄여 운동 시간을 만드는 습관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자는 것은 운동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 몸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을 하면 잠을 잘 잔다고 하던데, 이 연구랑 반대 아닌가요?
A. 운동이 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그 반대 방향, 즉 잘 잔 뒤 다음 날 활동량이 늘어나는 패턴도 상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두 방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인데, 이번 연구에서는 수면이 활동량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관측된 것입니다. 어느 한 방향만 맞다고 단정하기보다, 수면과 운동이 서로를 돕는 관계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Q.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는 게 나쁜 건가요?
A. 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수면 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경우입니다.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라면 괜찮지만, 기존 취침 시간은 그대로 두고 기상 시간만 앞당긴다면 수면 부채가 쌓일 수 있습니다.
Q. 수면 부채는 주말에 몰아 자면 해결되나요?
A. 단기적으로는 피로감이 일부 회복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쌓인 수면 부채는 주말 몰아 자기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수면 리듬(Circadian Rhythm) — 우리 몸이 빛과 시간에 맞춰 조절하는 생체 시계입니다 — 이 무너지면 오히려 월요일 피로가 더 심해지는 '소셜 시차(Social Jet Lag)'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매일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Q. 하루 운동을 못 하면 다음 날 무리해서라도 보충해야 할까요?
A. 제 경험상 그렇게 하다 보면 피로가 빠르게 쌓입니다. 하루 운동을 빠진 것보다, 무리한 보충으로 수면을 줄이거나 몸에 과부하를 주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빠진 날은 그냥 넘기고, 다음 날 컨디션이 좋을 때 평소대로 운동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패턴입니다.
결론
저는 몇 년을 잠을 줄여가며 운동했고, 결국 피로 누적으로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겪었습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7만 명의 데이터가 말하는 방향이 낯설지 않습니다. 잠을 잘 잔 사람이 다음 날 더 많이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수면이 활동량에 미치는 영향이 그 반대보다 크다는 것은 제 몸이 먼저 알려준 사실이었습니다.
운동과 잠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잠을 줄여 운동 시간을 만드는 습관이 과연 옳은지를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몸이 피곤한 날은 억지로 운동하기보다, 충분히 자고 다음 날 걷기나 계단 오르기로 활동량을 챙기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입니다. 건강한 루틴은 의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