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여름 내내 "더우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습니다. 마라톤 연습은 미루고, 잠은 설치고, 밥도 대충 먹었습니다. 막상 가을 문턱이 되고 나서야 제 컨디션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여름 이후 면역력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지, 제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비타민D, 그냥 햇볕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비타민D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여름에 햇볕이 그렇게 강한데 비타민D가 부족할 리 없다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여름 낮에 너무 더워서 야외 활동 자체를 거의 안 하게 되고, 결국 햇볕을 쬐는 시간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생깁니다.
비타민D는 단순히 뼈 건강에만 관여하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비타민D란 면역 세포가 외부 병원체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과정을 조율하는 지용성 영양소로, 결핍 시 자가면역 질환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다발성 경화증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의 생성을 촉진합니다.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란 면역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세포입니다.
햇볕이 강한 시기에는 하루 30분 정도 피부를 노출하면 하루 필요량의 80% 가까이를 자연적으로 합성할 수 있습니다(출처: Harvard Health Publishing). 저는 이제 아침 달리기를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햇볕도 같이 챙기고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셈이 됐습니다.
- 비타민D는 면역 세포의 병원균 제거 능력을 직접 보조
- 하루 30분 햇볕으로 일일 권장량의 80% 자연 합성 가능
- 여름철 실내 생활이 늘면 오히려 비타민D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음
수면의 질이 이렇게까지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열대야라는 말이 그냥 불쾌하다는 표현인 줄만 알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에어컨을 켜면 추워서 깨고, 끄면 더워서 깨는 밤을 두 달 가까이 반복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날이 계속됐고, 마라톤 연습에 나가도 발이 무거웠습니다. 그게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인한 면역 기능 저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면 중에 우리 몸은 백혈구(White Blood Cell)를 비롯한 면역 세포를 생성하고 재정비합니다. 백혈구란 혈액 속에서 바이러스와 세균 같은 외부 침입자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면역 시스템의 최전선 세포를 말합니다. 수면이 6시간 미만으로 줄어들면 이 백혈구가 병원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감기나 독감에 취약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습니다.
저는 수면이 면역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더운 건 어쩔 수 없잖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좀 더 적극적으로 수면 환경을 개선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가을이 되면서 에어컨 없이도 선선하게 잘 수 있게 됐고,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달리기 퍼포먼스도 조금씩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운동과 식단, 어느 쪽이 더 중요하냐고요?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식단이 기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두 가지가 사실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여름 동안 제가 직접 겪어봤더니, 운동을 못 하는 날엔 입맛도 없어지고, 밥을 제대로 못 먹으면 훈련 의지도 같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운동 측면부터 보면, T세포(T Cell)가 핵심입니다. T세포란 새로운 감염을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총지휘하는 림프구의 일종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그런데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해온 55~79세 성인들이 젊은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T세포를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The Guardian). 나이와 무관하게 운동이 면역 세포 생성을 직접 자극한다는 뜻입니다.
식단 쪽에서는 장내 미생물 환경,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중요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소화관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 군집을 가리키는데, 이들이 면역 세포의 훈련과 활성화에 직접 관여합니다. 지방을 줄이고 식이섬유를 늘리면 유익균 비율이 높아지고,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섭취도 도움이 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장 내 유익균을 보충해 장 환경을 개선하는 살아있는 미생물 식품 성분으로, 요거트나 발효식품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여름 동안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배달 음식 위주로 때웠는데, 이게 장내 환경에도 꽤 좋지 않은 영향을 줬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고기만 많이 먹으면 면역력이 올라간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는 생선, 두부, 콩, 견과류 등 다양한 단백질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장 건강과 면역력 모두에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여름 지나고 나서 유독 피곤한 게 면역력이 떨어진 건가요?
A. 피로감이 반드시 면역력 저하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수면 부족, 영양 불균형, 운동 공백이 동시에 쌓이면 면역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가 한꺼번에 무너졌을 때 체감 컨디션이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Q. 비타민C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 면역력이 금방 올라오나요?
A. 비타민C가 면역 기능에 필요한 건 맞지만, 결핍이 없는 상태에서 고용량을 추가로 섭취한다고 해서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아닙니다. 보충제에 기대는 것보다 채소와 과일로 고른 영양을 공급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Q.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하면 면역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하던데요?
A. 과훈련(Overtraining)이 일시적으로 면역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단기간에 강도를 급격히 올렸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꾸준한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오히려 T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제 경험상 강도보다 꾸준함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Q. 장 건강이 면역력이랑 무슨 상관인가요?
A. 소화관에는 전체 면역 세포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고,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이 이 면역 세포들과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통해 유익균 비율을 높이면 면역 체계가 외부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여름 동안 제 컨디션이 무너진 건 단 하나의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비타민D 부족, 수면의 질 저하, 운동 공백, 식단 불균형이 조금씩 쌓이면서 면역 시스템 전반이 약해진 결과였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만 바로잡는다고 금방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걸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저는 우선 저녁 달리기부터 다시 루틴에 넣었습니다. 선선한 바람 속에서 뛰다 보면 한여름의 무기력함이 조금씩 걷히는 게 느껴집니다. 마라톤 대회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수면과 식단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컨디션을 올릴 생각입니다. 운동, 수면, 영양 중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이라면, 저는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것 하나를 먼저 잡는 게 낫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