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해장은 항상 된장찌개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청국장에 손이 가더니,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게 됐습니다. 막연히 "몸에 좋겠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요거트나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식이섬유 함량부터 조리 타이밍까지, 제가 직접 확인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요거트·김치보다 청국장 식이섬유가 많은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요거트와 김치가 워낙 자주 언급되다 보니, 청국장이 그보다 식이섬유가 훨씬 많다는 사실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100g당 식이섬유 함량은 플레인 요거트가 0g, 김치가 1.6g에 불과합니다. 반면 청국장은 같은 양 기준으로 5g 이상이 들어 있습니다. 김치의 세 배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출처: USDA FoodData Central).
이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원료에 있습니다. 요거트 원료인 우유는 동물성 식품이라 애초에 식이섬유가 없고, 배추를 쓰는 김치는
배추 자체가 수분 덩어리라 식이섬유 함량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국장은 다릅니다. 삶은 콩을 갈거나 걸러내지 않고 통째로
발효시키기 때문에 콩 껍질과 세포벽에 있던 식이섬유가 고스란히 남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입니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그곳에 사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장속 유익균을 살찌우는 '먹이'입니다. 식이섬유가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는데, 청국장은 발효균(프로바이오틱스)과 그 먹이(프리바이오틱스)를 한 그릇에 동시에 담고 있는 셈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살아서 장에 도달해 유익한 작용을 하는 미생물을 뜻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협력 기관인 브리검
여성병원의 영양사 낸시 올리베이라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섭취하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Harvard Health Publishing).
그렇다고 요거트나 김치를 끊을 이유는 없습니다. 세 식품에 들어 있는 균의 계통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요거트와 김치의
대표 균은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입니다. 락토바실루스란 젖산을 생성해 장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시켜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는 유익균의 한 종류입니다. 청국장에는 바실루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계열의 균이 들어 있어 계통 자체가 다릅니다.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플레인 요거트 식이섬유: 100g당 0g (동물성 원료, 애초에 없음)
- 김치 식이섬유: 100g당 1.6g (배추 기반, 수분 비율 높아 적음)
- 청국장 식이섬유: 100g당 5g 이상 (통콩 발효, 껍질·세포벽 그대로 보존)
- 청국장 50g 섭취 시 식이섬유 약 2.7g — 성인 하루 권장량의 약 10분의 1
유익균을 살려서 먹으려면 조리법이 달라야 한다
청국장을 자주 먹으면서도 제가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넣는 타이밍이었습니다. 동네 청국장 전문점에서 뚝배기째 펄펄 끓는 걸 받아 먹을 때, 그게 균에게 어떤 환경인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살균(Pasteurization)이란 고온을 가해 세균을 사멸시키는 공정을 말합니다. 요거트나 발효유 제품에 이 과정을 거치면 살아 있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사라진다는 건 클리블랜드 클리닉도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청국장을 오래 끓이는 것도 원리는 같습니다. 냄비 안에서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식이섬유와 단백질은 살아남지만, 살아 있는 균은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반면 집에서 끓일 때 순서를 한 가지만 바꾸면 이 문제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두부, 김치, 채소를 먼저 충분히 끓여 국물 맛을 낸 뒤, 불을 끄기 직전에 청국장을 풀어 한 번만 저어주는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맛 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청국장 특유의 향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장내 미생물 환경, 즉 장내 마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을 개선하는 데 발효식품이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는 것은 2021년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대장 안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 군집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해당 연구에서 발효식품 섭취를 늘린 참가자들은 장내 세균 종류가 늘고 염증 관련 혈액 단백질 19종이 함께 감소했습니다. 반면 식이섬유만 늘린 그룹에서는 이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끓이기 부담스러운 날에는 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 익히지 않은 청국장을 밥 위에 한 숟갈 얹어 비벼 먹으면, 열을 전혀 가하지 않아 살아 있는 균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 방식으로도 먹는데, 입에 익으면 생각보다 먹을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국장이랑 된장은 뭐가 다른 건가요?
A. 둘 다 콩을 발효시킨 식품이지만 발효 방식과 기간이 다릅니다. 된장은 메주를 소금물에 장기간 숙성시키는 반면, 청국장은 삶은 콩을 짧게(2~3일) 띄워 만듭니다. 발효 기간이 짧은 만큼 살아 있는 바실루스 계열 균이 더 많이 남아 있는 편입니다. 제 경험상 입맛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게 된장보다 청국장을 따로 챙겨 먹을 이유가 됩니다.
Q. 요거트 먹고 있는데 청국장도 따로 먹어야 하나요?
A. 두 식품에 들어 있는 균의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를 끊고 다른 걸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요거트의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와 청국장의 바실루스 계열 균은 서로 다른 경로로 장에 작용합니다. 아침에 요거트를 먹고 저녁 식사에 청국장을 추가하는 식으로 겹쳐 쓰면 장내 세균 다양성 측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Q. 청국장 하루에 얼마나 먹으면 되나요?
A. 정해진 하루 권장량은 없습니다. 다만 청국장 50g에 식이섬유가 약 2.7g 들어 있어, 보건복지부 기준 성인 하루 충분섭취량(남성 30g, 여성 20g)의 약 10분의 1 정도를 한 끼로 채울 수 있습니다. 2021년 셀(Cell) 연구에서는 발효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장내 세균 다양성이 더 크게 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매일 먹기 어렵다면 일주일에 2~3회라도 꾸준히 먹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청국장을 끓이면 유산균이 다 죽는 건가요?
A. 오래 끓이면 살아 있는 균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식이섬유와 단백질은 열에 파괴되지 않으므로 영양적으로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균까지 챙기려면 불을 끄기 직전에 청국장을 풀어 넣거나, 밥에 얹어 익히지 않고 먹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결론
일반적으로 장 건강 하면 요거트가 먼저 떠오르는데, 제가 직접 수치를 확인해보니 청국장은 그보다 훨씬 입체적인 식품이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와 프리바이오틱스(유익균의 먹이)를 한 그릇에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한국인이 오래전부터 김치, 된장, 청국장을 자연스럽게 먹어온 게 결과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를 해온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청국장을 끓인다면 불을 끄기 직전에 풀어 넣는 것, 딱 이 한 가지만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식당에서 먹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가끔 밥에 얹어 비벼 먹는 방식도 의외로 괜찮습니다. 저는 당분간 주 1회 청국장 루틴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