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제로 음료가 그냥 "설탕 없는 착한 음료"인 줄만 알았습니다. 느끼한 음식 앞에서 일반 콜라 대신 제로를 집어 들면서 뭔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제로 음료 속 감미료 성분, 특히 에리스리톨 문제를 알고 나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에리스리톨, 믿었던 감미료의 배신
일반적으로 에리스리톨(Erythritol)은 천연 발효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당알코올 계열 감미료로, 설탕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알코올이란 당류의 구조 일부가 변형된 물질로, 체내 흡수율이 낮아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는 특성을 지닙니다. 저도 이 점만 믿고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제품을 꽤 무심하게 마셔 왔습니다.
그런데 2023년 발표된 연구 결과가 이 믿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60대 이상 환자들의 혈액 속 에리스리톨 농도를 측정한 뒤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혈중 농도 상위 25% 그룹은 하위 25% 그룹보다 사망률이 평균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에리스리톨이 혈전(血栓) 형성을 촉진한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혈전이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 생기는 덩어리로, 이것이 뇌나 심장의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편의점에서 제로 칼로리 음료 여러 종류를 사서 성분표를 확인해 봤는데,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제품이 두 개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성분표를 꼼꼼히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끝까지 읽어봤습니다. 물론 이 연구의 대상이 이미 심혈관 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고 지나치기엔 찜찜한 결과입니다.
인공감미료, 전부 같은 건 아닙니다
에리스리톨 얘기를 듣고 나서 "그럼 다른 제로 음료도 다 위험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조사해 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국내 제로 칼로리 음료에 주로 쓰이는 감미료는 아스파탐(Aspartame), 아세설팜칼륨(Acesulfame-K), 수크랄로스(Sucralose) 세 가지입니다.
아스파탐은 설탕 대비 약 200배의 단맛을 내는 합성 감미료로, 체내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됩니다. 아세설팜칼륨은 칼륨 염 형태의 합성 감미료로 열에 안정적이어서 가공식품에 널리 쓰입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을 화학적으로 변형해 만든 것으로 소화 흡수가 거의 되지 않아 칼로리가 없습니다. 이 세 가지는 미국 FDA가 공식적으로 안전성을 인정한 감미료 목록에 포함돼 있으며(출처: 미국 FDA),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22종의 감미료를 허가한 뒤 이 중 16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가 경험상 느끼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크랄로스 계열 제로 음료를 마셨을 때와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음료를 마셨을 때, 입안에 남는 감촉이나 뒷맛이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끈적이는 느낌이 에리스리톨 쪽에서 조금 덜한 것 같기도 했는데, 그게 맛의 차이인지 심리적 차이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는 성분표부터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래는 국내 제로 음료에 주로 쓰이는 감미료를 비교 정리한 것입니다.
- 아스파탐 — 설탕의 약 200배 단맛, FDA 승인,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주의 필요
- 아세설팜칼륨 — 열에 안정적, 가공식품에 광범위 사용, FDA·식약처 승인
- 수크랄로스 — 설탕 유래 합성 감미료, 체내 흡수 거의 없음, FDA·식약처 승인
- 에리스리톨 — 천연 당알코올 계열, 혈전 형성 관련 연구 결과로 재검토 대상
건강영향, 제로라고 제로는 아닙니다
제로 음료를 마시면서 스스로 합리화해 온 논리가 있었습니다. "설탕은 안 들어갔으니 칼로리도 없고, 비만이나 당뇨 걱정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제로 음료를 마신 날은 단 것에 대한 욕구가 오히려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단순한 기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장기간 인공감미료를 과량 섭취하면 미각 수용체(Taste Receptor)가 단맛에 과도하게 적응해 자연식품의 단맛에 둔감해질 수 있습니다. 미각 수용체란 혀와 구강 점막에 분포한 세포로, 맛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단맛 자극이 반복되면 뇌가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과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장기 과량 섭취 시 비만이나 혈당 조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 환경,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장속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세균과 미생물 집단을 뜻하며, 면역 기능과 대사 조절에 깊이 관여합니다. 일부 인공감미료가 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어, 단기 안전성만으로 "완전히 괜찮다"고 결론 내리기엔 이릅니다.
저는 아이에게는 탄산음료를 거의 주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줄 때도 양을 줄이고, 제로 음료보다는 탄산수에 약간의 과일즙을 섞는 방식을 택합니다. 과도한 단맛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를 최대한 늦추고 싶어서입니다. 어른인 저도 일주일에 한 번, 주로 주말 외식 때만 제로 탄산음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끊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되, 빈도를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로 음료와 일반 음료 중 어느 쪽이 덜 해롭습니까?
A. 칼로리와 당 섭취 측면에서는 제로 음료가 유리한 것이 맞습니다. 다만 "덜 해롭다"는 표현이 "안전하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공감미료의 장기 과량 섭취는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나 단맛 의존성을 높일 수 있어, 어느 쪽이든 빈도를 낮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제로 음료는 어떻게 확인합니까?
A. 제품 뒷면 성분표에서 '에리스리톨' 또는 '당알코올'로 표기된 항목을 확인하면 됩니다. 국내 식품 표시 기준상 감미료 종류는 원재료명 란에 반드시 표기해야 하므로, 구입 전 성분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아스파탐은 발암물질 아닙니까?
A.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해 화제가 됐습니다. 다만 2B군은 "발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낮은 단계 분류이며, 일일 허용 섭취량 이내에서는 위험이 없다는 것이 WHO와 식약처의 공식 입장입니다. 하루 제로 음료 몇 캔 수준이라면 허용 섭취량을 초과하기는 어렵습니다.
Q. 아이에게 제로 음료를 줘도 괜찮습니까?
A. 성인 기준 허용 섭취량 연구가 대부분이라, 어린이에 대한 장기 영향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아이에게 제로 음료보다 탄산수에 과일즙을 섞어주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단맛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Q. 제로 음료를 마시면 오히려 더 배고파지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습니까?
A.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공감미료는 단맛 신호를 뇌에 전달하지만 실제 에너지는 공급하지 않아, 뇌가 "단 것을 먹었는데 에너지가 안 들어왔다"고 인식하고 추가 섭취 욕구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도 제로 음료를 마신 날 단 것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로 음료가 설탕 음료보다 낫다는 건 여전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낫다"와 "좋다"는 다릅니다. 저는 지금도 외식 후 제로 탄산음료를 마시지만, 성분표를 먼저 확인하고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제품은 되도록 피하고 있습니다.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이 전제조건이고, 마실 때는 아스파탐·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 기반 제품 쪽을 고르는 방향으로 기준을 세웠습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조금 더 나은 선택은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가 있거나 특정 감미료 섭취가 걱정된다면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B746Md_4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