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990원짜리 빵을 집어 들었다가 소비기한을 보고 멈칫한 적이 있습니다. 제조일로부터 6개월 뒤가 소비기한이었는데, 냉동도 냉장도 아닌 상온 제품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가격이 저렴해서 별 생각 없이 몇 번 사먹었는데, 어느 날 뒷면 원산지를 확인하고서야 중국산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맛은 먹을 만했지만, '이게 어떻게 반년씩 안 상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그 답을 찾다 보니, 생각보다 꽤 체계적인 식품공학 기술들이 동원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수분활성도를 낮춰 미생물을 묶어두는 방식
빵이 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분입니다. 그런데 정확히는 수분 함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수분 중에서 미생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의 비율, 즉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가 핵심입니다. 수분활성도란 식품 속 자유수의 비율을 0에서 1 사이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미생물이 번식하기 어려워집니다.
제가 직접 중국산 카스테라 성분표를 들여다봤더니, D-소비톨액과 글리세린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두 성분은 수분과 강하게 결합해 미생물이 쓸 수 있는 자유수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겉으로는 촉촉하게 느껴지지만, 미생물 입장에서는 물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트레할로스와 히드록시프로필전분도 같은 맥락에서 식감을 유지하면서 수분활성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합니다.
여기에 곰팡이와 일부 세균 증식을 직접 억제하는 보존료도 쓰입니다. 국내에 수입된 삼각카스테라에는 프로피온산칼슘, 다른 제품에는 프로피온산나트륨이 사용됐습니다. 프로피온산칼슘은 빵류에 자주 쓰이는 대표적인 보존료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상 빵류에서 프로피온산 기준 1kg당 2.5g 이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순히 "보존료가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D-소비톨액·글리세린: 수분과 결합해 미생물이 쓸 수 있는 자유수를 줄임
- 트레할로스·히드록시프로필전분: 식감 유지와 수분활성도 조절
- 프로피온산칼슘·프로피온산나트륨: 곰팡이와 미생물 증식 직접 억제
- 구연산·사과산: 산도를 낮춰 미생물 생존 환경 차단
허들기술로 미생물이 넘어야 할 장벽을 겹겹이 쌓다
수분활성도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보존 빵 제조에는 허들기술(Hurdle Technology)이 동원됩니다. 허들기술이란 미생물이 번식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동시에 세우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기술을 단독으로 쓸 때보다 조합했을 때 보존 효과가 훨씬 커집니다.
앞서 언급한 수분활성도 조절에 더해, 구연산과 사과산 같은 산도조절제가 추가됩니다. 산도를 낮추면 미생물 대부분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프로피온산 계열 보존료가 더해지면, 세 가지 장벽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가 됩니다. 제 경험상 성분표에서 이 세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제품은 거의 예외 없이 소비기한이 4개월 이상이었습니다.
공장 공정 관리도 중요한 허들 중 하나입니다. 오븐에서 나온 빵은 고온으로 인해 대부분의 미생물이 사멸하지만, 냉각 과정에서 공기 중 곰팡이 포자가 다시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포장 직전 빵의 중심온도를 약 38도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핵심 관리 포인트로 꼽힙니다.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밀봉하면 포장 안쪽에 수증기가 맺혀 오히려 곰팡이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포장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부 산소를 줄이거나 질소로 치환하면 산소가 필요한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기술 조합이 2000년대부터 특허로 출원되며 일찍 대중화됐습니다. 넓은 국토에 걸쳐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유통해야 하는 환경이 이 기술 발전을 앞당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국가표준 GB 2760-2024는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첨가물과 그 조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 기술들이 적용됩니다(출처: 중국 국가표준 GB 2760-2024).
식품첨가물, 있다는 것보다 기준 준수 여부가 핵심이다
솔직히 처음엔 저도 "이렇게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면 몸에 안 좋은 거 아닌가"라는 반응이 먼저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방부제 관련 뉴스를 접하며 가공식품에는 뭔가 찜찜한 성분이 들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개별 성분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시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프로피온산과 그 염류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별도로 제한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인 사용 수준에서의 안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ADI란 사람이 평생 매일 섭취해도 건강에 유해한 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는 최대 섭취량을 의미합니다. 소비톨은 과량 섭취 시 복부팽만이나 설사 같은 위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글리세린과 구연산·사과산은 체내 대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처리되는 성분입니다.
물론 안심하기에 이른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5월 제조된 중국산 빵 제품 중 허용되지 않은 보존료인 소브산이 1kg당 0.070g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합법 범위 안에서 설계된 제품이라도 개별 제품마다 실제 검수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3월 서울시 등이 시중 유통 제품 620여 개를 검사했을 때 보존료는 모두 기준치 이하였고 타르색소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지만, 이것이 모든 제품에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몇 달이나 안 상하니 무조건 위험하다'와 '정식 수입이니 무조건 안전하다'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습니다. 뒷면 한글 표시사항에서 소비톨, 글리세린, 프로피온산칼슘, 산도조절제가 함께 보인다면 그 제품은 처음부터 장기 상온유통을 전제로 설계된 가공식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과점 빵과 같은 카테고리로 보기보다, 아예 다른 종류의 가공식품으로 인식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국산 빵이 6개월 동안 상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A.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 기술을 동시에 쓰기 때문입니다. 소비톨·글리세린으로 수분활성도를 낮추고, 구연산·사과산으로 산도를 조절하며, 프로피온산 계열 보존료로 곰팡이 증식을 억제합니다. 여기에 포장 전 온도 관리와 산소 차단 포장까지 더해지면 미생물이 살아남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 방식을 허들기술이라고 부릅니다.
Q. 프로피온산칼슘이 들어간 빵,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A.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프로피온산과 그 염류에 대해 별도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하지 않을 만큼 안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식약처 기준에서도 빵류에 사용이 허용된 성분입니다. 다만 이는 허용 범위 안에서 쓰였을 때의 이야기이므로, 정식 수입 검사를 통과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중국산 빵 살 때 성분표에서 뭘 확인해야 하나요?
A. D-소비톨액, 글리세린, 프로피온산칼슘 또는 프로피온산나트륨, 구연산·사과산 같은 산도조절제가 함께 표시돼 있다면 처음부터 장기 상온유통을 전제로 설계된 제품입니다. 이 성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 제품이 제과점 빵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가공식품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Q. 수입 중국산 빵은 국내 기준으로 검사를 받나요?
A. 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보마루를 통해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칩니다. 2026년 3월 서울시 등이 진행한 620여 개 제품 검사에서는 보존료가 모두 기준치 이하였고 불법 타르색소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일부 제품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소브산이 검출되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전체 수입품이 아닌 개별 제품 단위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제가 처음 중국산 빵의 소비기한을 보고 느낀 그 찜찜함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파고들수록, 이 제품들은 단순히 방부제를 잔뜩 넣은 것이 아니라 수분활성도·허들기술·공정 위생·포장 기술을 정교하게 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몇 달 동안 안 썩으니 위험하다'는 것도, '합법이니 완전히 안심해도 된다'는 것도 둘 다 섣부른 판단입니다. 결국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구매 전에 소비자가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입업체와 식품 검사 기관이 적법한 검수를 철저히 이행해 소비자가 걱정 없이 구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바탕 위에서 최종 구매 여부는 소비자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