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그때까지 몰랐습니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열심히 몸을 만들던 시기에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초기 판정을 받은 겁니다. 식단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왜 지방간이냐는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최근 워싱턴 대학교 연구에서 초저탄수화물 케토제닉 식단이 같은 체중 감량을 해도 간 건강 개선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 뉴스를 보는 순간 제 그때 기억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케토제닉 식단, 왜 간에 더 효과적인가
미국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인간영양센터는 당뇨병 전단계와 지방간을 동시에 가진 비만 성인 55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식단의
효과를 비교했습니다(출처: Cell Metabolism). 초저탄수화물 케토제닉 식단, 지중해식 식단,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으로 나눠 모든 음식을 직접 제공하면서 진행한 연구였습니다.
세 그룹 모두 체중을 약 10% 줄이는 데는 비슷하게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꽤 달랐습니다. 간에 쌓인 지방이 초저탄수화물
케토제닉군에서는 67% 감소한 반면, 지중해식과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군에서는 각각 45%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양을 빼도 간에서 빠지는 지방의 양이 확연히 달랐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케토제닉 식단이란, 탄수화물 섭취를 전체 칼로리의 4~5%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제한해 몸이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식이요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탄수화물 대신 지방과 단백질로 에너지를 채우는 방식입니다. 이 연구에서 지중해식은 탄수화물이 50%,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은 70%였으니 차이가 상당히 컸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서 저는 예전에 제 지방간이 왜 생겼는지 다시 한 번 납득이 됐습니다. 당시 저는 식단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밥과 과일, 통곡물 등 탄수화물 비중이 꽤 높은 식사를 하고 있었거든요. 탄수화물이 많으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 초저탄수화물 케토제닉군 간 지방 감소율: 67%
- 지중해식 식단군 간 지방 감소율: 45%
-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군 간 지방 감소율: 45%
- 각 그룹의 체중 감량 폭은 10% 내외로 거의 동일
탄수화물 제한이 인슐린과 혈당에 미치는 영향
이번 연구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더 눈길이 갔던 부분은 인슐린 감수성과 혈당 수치의 변화였습니다. 인슐린 감수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얼마나 잘 반응해서 혈당을 흡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낮으면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아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근육의 인슐린 감수성은 세 식단 모두 약 50% 개선돼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간의 인슐린 감수성 개선 폭은 초저탄수화물 케토제닉군이 나머지 두 그룹보다 2~3배 컸습니다. 하루 동안 측정한 혈당 감소율도 케토제닉군 20%, 나머지 두 군은 8%로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인슐린 감소 폭도 눈에 띄었습니다. 케토제닉군 74%, 지중해식군 44%, 초저지방 식물성군 27% 순이었습니다. 게다가 당뇨 전단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비율이 케토제닉군에서 50%였던 반면 지중해식군은 29%, 초저지방 식물성군은 7%에 불과했습니다(출처: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치로 확인하니 체감이 다릅니다. 저도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 비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식단을 바꾼 뒤에 컨디션이 확연히 달라졌던 경험이 있어서, 이 결과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만, 연구 수치와 제 몸의 반응이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 건강을 위한 식단, 어떻게 접근할까
케토제닉 식단의 효과가 이렇게 뚜렷하게 나온 연구 결과를 보고 "그럼 당장 탄수화물을 다 끊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런 방향으로 생각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을 지속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제가 직접 겪어본 부분입니다.
여기서 간 지방 합성(De Novo Lipogenesis, DNL)이라는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DNL이란 간이 탄수화물을 원료로 직접 지방을 새로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수록 이 과정이 활발해지는데, 이번 연구에서 초저탄수화물 케토제닉군은 DNL 감소 폭도 다른 두 군보다 더 컸습니다. 결국 간 지방이 더 많이 빠진 데는 이 기전이 핵심 역할을 한 셈입니다.
다만 연구팀 스스로도 탄수화물을 덜 엄격하게 제한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체중 감량 후 유지 단계에서도 효과가 지속되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연구 결과라도 장기 지속 가능성과 개인 차이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비율을 조절하는 단탄지 식단을 꽤 오래 해왔는데, 요즘은 케토제닉처럼 탄수화물을 더 과감하게 줄이는 방법과 조합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시도는 반드시 의사나 영양 전문가와 상담 후에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줄이면 에너지 부족, 전해질 불균형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케토제닉 식단 하면 지방간이 진짜 좋아지나요?
A. 워싱턴 대학교 연구 기준으로는 같은 체중을 줄였을 때 케토제닉 식단군의 간 지방 감소율이 67%로, 지중해식이나 초저지방 식단의 45%보다 확연히 높았습니다. 다만 이 수치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고, 연구 대상이 55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효과가 있는 방향인 것은 맞지만,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데 지방간이 생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방간은 알코올 외에도 탄수화물이나 당분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간에서 지방 합성이 늘어나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으로도 발생합니다. 저도 그때 절제된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탄수화물 비중이 높았던 게 원인이었습니다. 식단 전체를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지중해식 식단도 건강에 좋다고 하던데, 케토제닉이랑 어떻게 다른가요?
A.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생선, 올리브오일 등을 중심으로 하되 탄수화물이 전체 칼로리의 약 50%를 차지합니다. 심혈관 건강이나 전반적인 식습관 유지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반면 케토제닉은 탄수화물을 4~5%로 극도로 제한해 간 대사 개선에 더 특화된 결과를 보였습니다. 어느 식단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 목적과 건강 상태에 따라 맞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케토제닉 식단을 혼자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A. 탄수화물을 급격히 줄이면 초기에 두통, 피로감, 전해질 불균형 등 이른바 '키토 플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 전단계나 기저 질환이 있는 분이라면 혈당과 약물 용량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의사 상담이 먼저입니다. 저도 식단 변경 전에 전문가에게 먼저 확인하고 진행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워싱턴 대학교 연구는 단순히 살을 얼마나 빼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빼느냐가 간 건강에 있어서 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방향이 간 대사 개선에 유리하다는 쪽에 비교적 동의하는 편입니다. 직접 겪어보기도 했고, 이번 연구 수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맞았던 방식이 다른 분께는 맞지 않을 수 있고, 건강
상태나 생활 패턴에 따라 최적의 식단은 달라집니다. 단탄지 식단처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면서 본인에게 가장 효과 있는 조합을 찾되, 반드시 의사나 영양사와 상담을 거쳐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